보나C의 그 한 구절, 일곱번째

>> 백마탄왕자님 순애적령기

이 드라마를 알게 된 건 J가 추천해줘서 보게 되었는데, 제목만 들었을 때는 당연히 코믹물인 줄 알았다. 뭔가 제목이 심상치않다고 느꼈다.

백마탄왕자님을 기다리는 여주의 좌충우돌 순애적령기를 다루는, 일본특유의 코믹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너무나 차분한 드라마여서 사실 많이 놀랐다.

그나저나 '백마탄왕자님'이란 단어는 종종 드라마 대사로 나오기도 하니 익숙하지만 '순애적령기'라니 이건 무슨 단어인가.

​결혼적령기같이 순애 즉, 순수하고 깨끗한 사랑을 할 때라는 건가. 하지만 드라마를 다 봤으면 알듯이 여자들이 생각하는 백마탄왕자님은 없고 사실 순애란 것은 ​더더욱 없지 않은가.(나너무부정적인가?)

 

>> 줄거리

​'나는 누구에게도 선택받지 못했기 때문에 혼자다'

여주인 다카코는 자신이 아직 혼자인 이유가 누구에게도 선택받지 못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드라마 1화 시작부터 다카코 주변의 연인이나 부부를 보는 시선으로 모두 짝이 있는데 자신은 혼자임을 나타낸다.

그러면서 저들은 어떻게 서로 짝이 되었을까. 어떻게 선택되었을까를 생각한다.

선택받지 못한 자신을 선택해준 고등학교 은사이자 현재 직장동료인 쿠로사와 선생과의 불륜관계를 맺게되고,

드라마 시점에서 불륜관계를 정리한 것으로 나오지만 다카코는 힘들 때마다 쿠로사와로 인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하지만, 새로 부임해 온 신임 교사 오즈선생과의 인연으로 이성의 감정을 느끼게 되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지만 오즈에게 약혼녀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헤어지려고 한다.

그 와중에 오즈의 지인인 에가와의 썸씽이 있어 다카코는 오즈와 에가와 사이에서 고민을 하다가 오즈를 선택하게 되고 둘의 사랑이 이루어진다.

​>> 가장 기억에 남는 한 구절

이 드라마는 결혼 안 한? 못 한? 미혼여성, 흔히 말하는 '노처녀'의 이야기이다.

드라마 중간중간 다카코의 친구들이 출연해 이자까야에서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하는 장면이 종종 나오는데,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나온다.

서로의 소개팅 이야기, 사랑에 관한 이야기, 그런 이야기에 맞장구쳐주는 것까지 리얼함을 담아 마치 내 이야기인 줄 알았다.

 

자기 편이 되어 줄 사람.

있다. 내 가족들.

그건 정말 힘이 되는 존재고 변함없는 존재며 내가 죽을 때까지 내 편이 되어 줄 사람들이다.

하지만, 사회에 나가게 되면 가족말고도 내 편이 되어 줄 사람이 필요하다.

사회에 나가 겪었던 일들 중

차마 가족에게는 털어놓지 못 하는 일들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

있다. 내 친구들.

드라마에서 처럼 일 끝나고 술집에서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직장상사얘기, 가족얘기 들어 줄 친구 물론 있지만,

그게 친구와 남자친구와는 또 다른 것....이라고 한다.

난 쭈욱 남친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저 말에 공감이 가서 캡처버튼을 누른걸까.

흐규흐규. 눈물이 멈추지 않아. 네버스탑.

 

불륜을 했다는 죄책감과 이성의 감정을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데 있어 두려워하는 다카코.

그런 다카코에게 부모님이 선을 보도록 주선을 하지만, 부모님 뜻대로 되지는 않고 계속 혼자인 딸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그려졌다.

나 역시도 누군가와 만나 사랑을 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있다.

내 자신이 온전치 못하다고 생각되는 걸까. 자신이 없는 걸까.

누군가를 만나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게 두렵다.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면 더더욱.

이런 나를 부모님께서 요새 부쩍 걱정하시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나이가 부모님이 생각하시기에 결혼적령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결혼이라는게 연애라는게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바닥난 내 자존감과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것 부터 시작해야될 것이다.

 

그래.

솔직히 말하면 나도 도망쳤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좋아하기에 도망쳤고,

누군가 나를 좋아하면 그게 싫어서 또 도망쳤다.

그래서 나도 혼자인지도 모른다.

오히려 나는 선택하는 것도 선택받는 것도 모두 도망쳤기 때문에 계속 방황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도망치지 않고 용기를 내어 선택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랬다면 내 인생은 조금 달라졌을까?

​그랬다면 누군가와 사랑을 하며 내 자신을 사랑 할 수 있었을까?

그랬다면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을 느껴볼 수 있었을까?

용기란 나이가 들면서 점점 없어지는 것 같다.

20살 때 좋아했던 남자아이에게 전화번호를 물어봤던 ​무모하고 당돌했던 나의 모습은 지금 없다.

하지만, 그 때의 기억을 되살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용기내어 그의 이름을 불러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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